사진과 기억

어릴 적 터키에 관광을 간 적이 있다. 난 핸드폰으로 터키의 곳곳을 사진찍곤 했다. 그 때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열기구 비행이었는데, 터키의 계곡에서 열기구를 타고 높은 곳에서 경관을 감상하는 경험이었다.

열기구를 타고 지평선을 바라보는 경험은 강렬했다. 아름답게 이루어진 지형과 붉게 물든 노을을 보았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열기구에 탄 사람들을 멀리서 마주쳤다. 그 사람들도 놀라운 자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나는 사진을 찍었다.

열기구 비행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온 나는 사진 파일들을 정리했다. 그런데, 실수로 열기구 비행 사진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다른 지역들을 찍은 사진들은 지우지 않았는데, 하필 열기구 비행 사진만 실수로 삭제한 것이다.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사진이 너무 아깝다"라는 생각이었다. 그 날은 잠들기 전까지 열기구 비행 경험과 실수로 지워진 사진을 계속 생각했다. "만약 사진을 정리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무사했을 텐데.", "사진을 집에서 복구할 수 있을까?", "열기구를 한 번 더 타고 싶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성인이 된 나는 터키 여행을 생각하면 열기구 비행만을 떠올린다. 물론 열기구를 타고 찍은 사진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괜찮다. 사진을 바라봐야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귀중하다고 여겨지는 경험은 자연스레 기억된다.

사진 출처: © Nevit Dilmen (CC BY-SA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