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난 라즈베리 파이를 가지고 홈 서버를 만들어보고 있다.

NAS를 만들고 내 개인 파일들을 보관할 용도이다.

서버는 라즈베리 파이 4 4GB RAM 모델로 정했다. 왜냐하면 이미 가지고 있던, 전력효율이 좋고 fan이 없는, 리눅스가 잘 지원되는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저장장치 시스템을 나름대로 구축했는데, 4TB HDD 1개와 256GB SATA SSD 1개를 EXT4 bcache로 묶었다. bcache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레이드 프로그램인데, SSD를 HDD의 캐시처럼 사용하게 해준다. 잘만 쓰면 SSD급의 쓰기/읽기 속도를 유지하면서 HDD급의 저장용량과 장기보관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정식 레이드를 구축하기엔 비용이 부족해서 이 정도로 구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만족할 퍼포먼스가 나오네. 저장장치는 쿠팡에서 산 2-bay SATA docking station에 장착되고, USB 3 인터페이스로 연결된다.

기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ChatGPT와 내가 알던 지식으로 어찌저찌 구현했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처음 알게된 부분 중 하나는 Linux의 '유저와 그룹 그리고 권한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chmod, chgrp같은 기초적인 명령어나 그 외 사소한 부분들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외부에서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글의 처음에 보이는 사진은 내 Dropbox 저장소에서 내려받아온 자료를 홈 서버로 옮기는 상황을 핸드폰으로 찍은 것이다. 투자 비용 대비 성과를 생각하면, 그동안 쓰던 Dropbox의 구독을 해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bcache

재해 복구성

bcache를 쓰는 저장장치는 bcache가 지원되는 컴퓨터에서만 잘 작동한다. 만약 라즈베리 파이가 고장나서 드라이브만이라도 살려야 하는 상황일 때, bcache 모듈이 커널에 활성화된 리눅스 환경만 마련된다면 드라이브 읽기를 포함한 여러 복구 작업이 가능하다. 단 GUI는 기대하기 힘들다.

문서

bcache manpage 설명, arch linux wiki, ubuntu serverteam 문서, 그리고 kernel.org의 공식 설명을 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오래됐거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행히도 ChatGPT가 bcache에 일가견이 있어서 내 궁금증들을 잘 해결해줬다. 다만 '추론'기능을 써야만 답변이 정확한 편이었다.

퍼포먼스

직접 측정한 벤치마크는 없지만, 하드디스크라고 믿기 힘들 만큼 빠르다. 이 정도면 러닝커브를 감수하고 쓸만한 성능이다.

라즈베리 파이 5

작년에 새로 출시된 라즈베리 파이 5는 PCIe 인터페이스가 신규로 탑재되어, M.2 스토리지 연결과 SATA 스토리지 연결이 지원된다. 이 PCIe 인터페이스를 통해 라즈베리 파이에 SATA 스토리지를 연결하려면 별도의 젠더(정확히는 HAT)가 필요하다. 이 젠더만 해도 20달러는 한다. 생각보다 비싸지만 만약 사용한다면 USB 3보다는 확실히 빠른 인터페이스 속도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5에서 더 높아진 CPU 처리속도는 덤이다.

맨 처음에는 이미 가지고 있던 4를 빨리 당근해버리고 5를 사서 구축할까 하다가 애써 참았다. 당연히 다 돈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업그레이드하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하드웨어적으로는 아무것도 더 안 사고 라즈베리 파이 4를 가지고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아무래도 4가 마지노선처럼 느껴진다. 그 이전 세대 라즈베리 파이들은 USB 3조차 지원되지 않는다.